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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징후

아빠가 40대이다 보니, 조금씩 몸이 변하는 걸 느끼네. 근육이 빠진다. 몸이 자꾸 피곤하다. 눈이 뻑뻑한 느낌이 든다. 이유 없이 아프다가 또 아무렇지도 않게 된다. 뭐 이런 거? 물론 마음가짐도 조금씩 변하네. 삶의 의미가 무엇일까 조금더 생각하게 되는데, 아둥바둥 사는 삶이 바람직한지도 고민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까도 신경쓰이네. 우리 딸이 점점 자라는 것도 신기하고 좋은데, 그만큼 엄마아빠도 나이가 드는 게 신기하면서도 자연의 섭리가 아닌가 이해하게 되네.

비 오는 날

오늘 하루종일 비가 내렸네. 문득 우리 딸이 아빠한테 했던 말이 생각났어. "난 비 오는 날 아빠 차에서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게 참 좋아." 그 말을 떠올리니, 우리 딸과 아빠의 닮은 점 하나 더 추가해야겠네. 아빠도 어릴 때부터 비 오는 소리 듣는 걸 참 좋아했어. 아빠는 비 오는 날이면, 좌식 테이블을 거실 창문 앞에 가져갔어. 그 다음 창문을 열고 자리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책을 보거나 공부를 하곤 했지. 빗소리 들으면 왠지 마음이 차분해지고,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더라. 우리 딸도 그렇다고 하니 유전이 무섭긴 하다.

공부하는 이유

공부하는 이유가 뭘까. 우리 딸이 벌써부터 공부하느라 너무 바쁜 것 같아 아빠가 곰곰이 생각해봤어. 요즘 학교 수업 말고도 수학이랑 영어 학원 다니느라 바쁘지? 우리 딸은 학원 2개만 다니는데도 허겁지겁이니 보기 안쓰럽다. 아빠가 누차 말했지만, 학원가기 싫거나 학원이 재미 없으면 안 다녀도 돼. 공부는 스스로 필요를 느껴서 스스로 준비하고 스스로 시작해야 효과가 있으니깐. 엄마가 시켜서, 다른 친구들이 하니까, 이런 이유면 학원 다닐 필요 없어. 물론 학교도 마찬가지. 시간이 없고 숙제하느라 바쁘겠지만, 한번씩 나는 왜 공부하는 걸까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아빠 생각으로는 더 많은 기회를 얻기 위해서, 더 즐겁고 재밌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 일 수도 있겠는데, 네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너니깐, 스스로 생..

역마살 ?

그러고보니 아빠는 참 이사를 많이 다녔네. 주민등록초본을 떼 보았는데, 3페이지가 훌쩍 넘어가더라. 막상 따지고 보면, 그동안 거주했던 도시는 3개인데, 도시끼리 왔다갔다 여러 번, 같은 도시에서도 이사 여러 번, 그러니 많이도 다녔지. 너와 함께도 이사를 많이 다녔네. 서울에서 원룸 오피스텔 월세부터 생활을 시작했으니, 엄마랑 우리 딸이랑 그동안 참 고생 많았어. 네가 어렸을 때는 이사 비용 아끼겠다고 엄마아빠가 직접 이삿짐을 포장까지 다 했어. 이사한다고 하면, 여기저기 박스 얻어와서 엄마아빠가 짐정리를 했지. 이사하는 날에는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도 오셨는데, 왜냐면 우리 딸 봐주실려고 오셨지. 그때는 엄마아빠도 젊어서 체력 하나로 이사다녔네. 지금도 뭐 완전히 정착했다고 보기는 어려우니, 아빠에게 ..

남 밑에서 일하기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돈을 버는 방법에는 크게 일해서 버는 방법, 자산을 보유함으로써 버는 방법 으로 구분할 수 있어. 그 중에서 일해서 버는 방법은 크게 남에게 고용되어 일하는 경우, 내가 사업을 하는 경우 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대다수의 부모들이 자녀에게 바라는 것이 바로 일해서 버는 방법, 그 중에서도 남에게 고용되어 일하는 것이지. 돈을 버는 방법 중 가장 리스크가 낮은 것이긴 한데, 남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한다는 점이 안 좋아. 남 밑에서 일하는 게 좀 그래. 아빠도 돌이켜보면 계속 남 밑에서 일하고 있는데, 한번씩 회의감이 들 때가 많아. 우리 딸은 나중에 돈을 버는 여러 방법을 찬찬히 고민해봤으면 해. 남들이 하라는대로 하다보면 남들 밑에서 일하고 있을 확률이 높아...

하루 하루 후회 없이

지금은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사람은 누구나 죽기 마련이고, 또 언제 어떻게 죽을지는 정말 아무도 몰라. 내일 당장 죽을 수도 있지. 사고가 날 수도 있고 말이야. 아빠도 우리 딸을 키우면서 이런 걸 차츰 느끼기 시작했는데, '우리 딸이 스무살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내가 건강하게 살아 있으면 좋겠다.' '하루 하루 후회 없이 사랑하며 지내야겠다.'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더라. 아빠는 회사 출근할 때 현관문을 닫고 나가면서, "아, 정말 행복하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어서 행복해."라고 꼭 마음 속으로 생각한단다. 외국에 출장갈 때면, 엄마랑 우리 딸에게 사랑한다고 꼭 얘기를 했던 것 같애. 그럴 때면 그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지던지. 오늘 하루도 후회 없이 사랑하며 보냈는지 생각해보며 마..

예지몽을 꾼 적 있어요

아버지, 혹시 제가 꿈 얘기 해드린 적 있나요? 제가 독립해서 따로 살던 어느 날 밤, 꿈을 꾸었는데, 집이 보이고, 119구급차가 보이더라구요. 그런데, 아버지가 들것에 실려 구급차에 타고 있었고, 어머니가 동생이랑 같이 구급차에 올라타면서, "K대병원으로 갑시다." 이렇게 다급하게 말씀하셨죠. 그러고는 바로 잠에서 깼는데, 꿈이 기분 나쁘면서도 장면이 생생해서 마음을 추스리고 있던 바로 그 때, "띵동" 울리는 문자 소리. 휴대폰을 봤더니, 세상에, L카드에서 온 결제알림문자였는데, "K대병원응급실"이라고 딱 적혀 있었죠. 바로 어머니께 전화해보니, 제가 꿈꾼 내용 그대로 실제로 일어났던 거더라구요. 그 날 저녁에 아버지가 갑자기 정신을 잃었는데, 다행히 병원에서 처치를 받고 의식이 돌아왔죠. 저희가..

매일 반복하는 일상의 소중함

매일매일 하는 일들이 있지. 그것도 반복적으로 하는 것들. 밥 3번 준비하고 먹기. 설거지하기. 씻기. 정리하기. 공부하기. 방청소하기. 더욱이 코로나 시대에 외출하기가 꺼려지니 집에서 매일 반복하게 되네. 지겹기도 하지. 엄마는 매일 식사 준비 때문에 지겹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하잖아^^ 그럭데 생각해보면 우리네 삶은 대부분 평범한 일상이더라. 그 중에 한 두번 번뜩이는 생각, 갑자기 터지는 웃음거리, 신기한 장면, 느낌 있는 경험, 이런 것들이 소소하게 배합되더란 말이지. 이러한 배합이 오묘하게 이루어지는게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보면, 매일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도 참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갑자기 불안해질 때

살다보면 갑자기 불안해질 때가 올 거야. 아마 지금 쯤이면, 우리 딸은 이런 걸 걱정하고 있을까? 시험 못 치면 어떡하지. 친구가 나를 싫어하면 어떡하지. 키가 안 크면 어떡하지. 아빠도 불안거리, 걱정거리가 있어. 직장을 그만두면 어떻게 돈을 벌고 살지? 뭐 대충 이런 거. 불안해지면 심장도 빨리 뛰는 것 같고, 숨도 가쁘게 쉬는 것 같고, 손에 땀도 날 수 있어. 그러면, 곰곰이 이렇게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사람이기에, 사람이니깐, 불안한 감정이 드는 건 당연해. 아, 내가 이런 걸로 불안해 하고 있구나. 지금 내 감정이 이렇구나. 이런 생각만 해도 충분해. 나의 감정을 억누르려고 하지 말고 그대로 바라보기만 해도 돼. 그것이 삶이고 살아가는 방법이니깐. 감정은 자연스러운 거니깐. 아빠도 쉽게 잘..

코로나 검사 후기

벌써 2주가 지났네. 우리 가족 모두 걱정에 걱정을 더한 날. 학원 선생님이 오후 늦게 확진 판정을 받아 우리 모두 다음 날 보건소로 가기로 했을 때. 바로 그날 밤. 기사로만 보던, 코로나 검사를 받는다는 불안감. 아니, 혹시 코로나 감염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더 컸었지. 엄마는 한술 더 떠서, 가족 중 누가 확진 판정받으면 어떻게 격리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일부러 사서 걱정하더라. 아파트 16층에서 지하 주차장까지 계단으로 이동하는 건 큰 고생이 아니었지. 검체도구를 코 안에 훅 찌르는 불쾌한 느낌. 서로서로 조심조심하는 불안한 공간. 하루 종일 집에만 갇혀 있었던 답답함.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초조함. 이 모든 감정을 담고 받아들이는 게 고생이더라. 다음 날 오전, 세 대의 휴대폰으로 동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