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전하는 아빠의 마음 19

함께 하는 시간

함께 밥을 먹으면서 도란도란 반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같이 길을 걸으면서 학교 수업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나란히 앉아 TV에서 방송하는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일생을 토론하는 시간. 같은 공간 안에서 아빠는 운전하고 딸은 노래하는 그 시간. 전화기 너머로 빨리 집에 오라는 성화와 회사일 때문에 그럴 수는 없다고 투정부리는 시간. 한 명이 웃고 또다른 두 명이 웃는 그 편안함. 그 때.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더없이 소중한 시간. 생각해 보니, 아빠는 너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이 그립고 또 그립다. 이미 지나가 버린 아쉬운 시간. 이 마음 그 느낌 잊지 말고 내일 또다시 만나고 싶다.

한강 자전거 대여 후 달리다

미세먼지도 없고 날씨도 따뜻해진 봄날 오후, 엄마가 제일 앞장 서고, 우리 딸은 중간에서, 아빠는 마지막에 자리 잡은 다음 한강에 자전거를 타러 갔잖아. 엄마가 하필 작은 따릉이를 빌리는 바람에 고생 좀 했지. 아빠 앞에서 우리 딸이 조심조심하면서도 자전거를 잘 타는 모습을 보고 아빠는 뿌듯했어. 기억나니? 초등학교 2학년 때 자전거 타기 연습하러 일산 호수공원까지 갔었잖아. 엄마아빠가 번갈아가며 너를 도와준다고 땀 꽤나 흘렸는데, 처음으로 너 스스로 2번 이상 발을 굴러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갔는데, 우리 딸이 너무 기쁘고 놀라서 자전거 브레이크를 잡고 아빠를 바라보며 "우와! 갔어!" 소리질렀지. 그 때 참 귀여웠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자전거 전용도로도 혼자서 씩씩하게 타고, 축하해! 잘했어! 다음에는..

삶의 의미 .. 꼭 무엇이 되어야만 할까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아빠도 어릴 때 많이 들어본 말이고, 우리 딸도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많이 들어봤을 텐데. 예전에는 별 고민 없이 삶의 목적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질문이라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해보고 싶어. 왜 우리는 힘들게 목적 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할까. 왜 우리는 꼭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 사람이 그 자체로 삶을 사는 것도 의미 있는 게 아닐까.

4% 걱정

"우리가 하는 모든 걱정 중에서, 절대로 발생하지 않을 사건에 대한 걱정이 40%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한 걱정이 30% 신경 쓸 일이 아닌 작은 것에 대한 걱정이 22%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에 대한 걱정이 4% 그리고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사건에 대한 걱정이 4%이다." 미국의 노먼 빈센트 필 목사라는 분이 "쓸데 없는 걱정" 이라는 글에서 한 연구기관의 조사를 인용하며 쓴 내용이래. 정확히 4%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빠도 걱정거리가 아닌 걸 고민한 적이 많았어. 그게 살아가는 데 참 힘들게 하더라. 이 글귀를 보고, 아빠도 마음을 바꿔보려고 노력했고 지금도 노력하고 있어. 아빠가 보기에 우리 딸은 안 그런 것 같다만^^ 혹시나 살면서 이유 모를 불안, 걱정이 생기면 위 글귀를..

40대에 다시 읽는 레미제라블

아빠가 10대에 레미제라블을 처음 읽었거든. 아마 너 나이 쯤이지 않을까. 그때는 장발장을 중심으로 서사의 흐름을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나. 특히 장발장과 자베르를 중심으로 쫓고 쫓기는 장면, 용서하고 회개하고 고뇌하는 장면들이 인상에 남았던 것 같아. 아, 물론 장발장이 마리우스를 등에 업고 하수구를 통과하는 장면도 생각나네. 지금 우리가 뮤지컬 레미제라블에 빠져서 그 영향으로 책도 찾아 읽고 있잖아. 그런데 아빠가 40대가 되어 레미제라블을 다시 읽으니, 10대 때 생각했던 부분과는 다른 부분들이 가슴에 울림을 주더라. 자베르가 다시 읽히고, 장발장이 법정에서 본인의 신분을 밝히기까지의 수많은 인간적 고뇌가 안쓰러웠는데, 특히 장발장이 마리우스와 결혼한 코제트를 위하여 코제트의 미래와 행복을 위해서 ..

삶은 여행 ..

넌 그런 적 없었니? 나의 몸이 움직이고 내가 말을 하는 것이 신기하다 못해 무섭게 느껴지던 적 말야. 나의 모든 것이 낯설어지는 느낌이라고도 할까. 아빠는 7~8살 무렵에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 꼬마가 참 별 생각을 다했네 그치? 사람들이 많이들 이야기해. 삶은 여행과도 같다고. 아빠도 그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해.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잖아. 나라는 존재(영혼이겠지?)가 나의 몸을 빌려 지구별을 여행하고 있는 것이지. 언제 집으로 돌아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그런 여행이랄까. 우리 딸은 아빠가 지구별 여행 30년 째에 만나게 된 여행 동반자인 셈이지. 아빠가 회사 가는 것도 너가 학교 가는 것도 다 여행의 일정 중 하나. 삶은 여행이라 확신하던 순간부터 아빠는 아빠가 낯설지 않게 되더라.

아빠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아빠랑 싸우면 한번씩 네가 내뱉는 말, 아빠가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 아빠가 이 세상에서 제일 미워! 아빠가 이 세상에서 제일 못생겼어! (?) 정말 이 세상에서 제일 싫고 밉고 못생겼나 싶다가, 우리 딸이 정말 나쁜 뜻으로 말한 건 아니겠지 생각도 하고, 사춘기 시절 정상적인 반항이리라 애써 위로도 해보지만, 딸아, 그건 모르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아빠 가슴이 콕콕 찌릿하단다. 아닌 걸 알면서도 그래. 아니라고 믿고 싶어서 그런 것일까? 생각해보면, 아빠도 너처럼 사춘기 때 부모님께 못된 말을 했을꺼야. 아니야. 그런 적이 있었어. 할머니 말씀으로는 사춘기 때 아빠가 한 말 때문에 할머니가 몰래 우셨대. 아빠는 기억도 안 나는데 말야. 우리 딸도 부모가 되어 보면 아빠 마음을 알려나? 어른이 되면..

퇴근길을 기다리던 적이 있었지

마음은 가볍지만, 몸은 무거웠던 퇴근길이었어.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던 그 순간, 유모차 안전띠를 맨 상태로 아빠를 빤히 바라보며 열심히 발차기를 했지. 그 모습이 지금도 아련히 떠오른단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갈 적에는 집 근처 정류장에 엄마와 함께 있었잖아. 버스 안 아빠는 멀리서부터 혼자 웃기 시작했어. 달려와 아빠 품에 안기고, 회사 가방을 엄마에게 떠넘긴 다음, 나랑 손잡고 유치원이며 회사 이야기를 하면서 함께 걸었어. 시간이 지나도 퇴근길은 그대로인데, 한 번씩 그립더라. 그 시간과 공간이 말야.

아빠가 딸에게 바라는 것

엄마가 너를 품고 있을 때에 말이야 아빠는 신기하게도 하나만 기도했어. 하느님, 건강하게만 태어나게 해주십시오. 아빠가 너를 처음 본 날 아빠가 제일 먼저 한 일은 너의 손가락과 발가락 갯수를 세어 본 것이란다. 우습기도 하지만 그것이 아빠가 네게 바랬던 유일한 것이었어. 그 마음, 그 느낌이 오늘따라 더 생각나는구나. 건강하게 자라다오. 내 딸아.